러브레터는 1999년에 개봉한 뒤에도 그 인기로 인해 끊임없이 재개봉 영화로 선정될 만큼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이 영화는 첫사랑을 이야기한 연애 스토리로 단정 짓기에는 많은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러브레터의 줄거리
여주인공 히로코는 사별한 연인 후지이 이츠키의 3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그의 집에 들르게 됩니다. 우연히 중학교 앨범을 보게 된 히로코는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한 통의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사라진 옛 주소로 보내진 편지는 동명이인이자 남자 이츠키의 중학교 동창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배달되었고, 이를 받은 이츠키가 답장을 보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편지를 보냈었던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의 이름으로 답장이 오자 몹시 동요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배 아키바는 이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편지가 온 홋카이도 오타루로 가자고 히로코에게 권유합니다. 그렇게 옛 주소로 찾아가 보지만, 그 장소는 이미 국도로 변해 있었습니다. 답장이 적힌 주소로 찾아간 히로코는 동명이인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나, 결국 서로 길이 엇갈려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오타루에서 스친, 자신과 닮은 여성에 의문을 품은 히로코는 남자 이츠키의 집으로 찾아가 중학교 앨범에서 자신과 닮은 이를 발견합니다. 그렇게 죽은 이츠키가 첫사랑인 여자 이츠키를 잊지 못하여 닮은 생김새의 자신을 만나 사귀게 되었음을 알게 된 겁니다.
여자 이츠키는 히로코의 요청으로 남자 이츠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들려주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을 서서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미묘하고 모호한 감정을 말입니다.
처음에 히로코는 옛 연인의 첫사랑인 여자 이츠키를 질투하지만, 그와 주고받는 생생한 편지를 통해 사별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고 추억을 점차 정리해 나가며 남자 이츠키와 작별하기로 합니다.
여자 이츠키는 나름대로 별거 아니었다고 치부했던 과거의 여러 추억들이 각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 중학교 후배들이 전달해준 도서카드의 뒷면에 그려진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남자 이츠키가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말도 툭툭 던지고 장난도 심했지만 그게 사춘기 시절의 애정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입니다. 결국 서로의 감정은 일방통행이 아니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여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과거와의 작별
'오겡끼데스까'로 시작하는 히로코의 외침은 러브레터를 감상한 누구라도 단번에 떠올릴 수밖에 없는 명장면입니다. 드넓은 설산 위에 홀로 서서 외치는 고함에는 떠나버린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 아련함, 슬픔 등의 여러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히로코는 이제 과거의 추억을 그만 정리하고 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여자 이츠키와 그 가족들은 폐렴으로 사망한 아버지로 인해 감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츠키가 심한 독감에 걸려 위중해지자 가족들이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됩니다.
러브레터 리뷰
첫사랑의 기억은 세월이 흘러가도 쉽게 잊혀지지 않듯이 이 영화도 그러합니다. 평소에는 잊고 있다가 겨울이 오면 문득 떠오르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 내리는 날이면 히로코처럼 설산에서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외치는 이가 있을까 쓸데없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러브레터는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외에도 떠나버린 이를 추모하고 제대로 작별하는 과정을 담는 등, 많은 여운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남자 이츠키가 조난 당한 산에서 마지막에 불렀던 푸른 산호초란 노래는 첫사랑인 여자 이츠키의 집을 향해 부는 바람이며,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이츠키가 도서카드의 초상화를 확인할 때 부는 바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는 당장 영화를 틀어 확인해보고 싶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이 영화는 과거는 여전히 현재와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려주며, 때때로 그 추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기에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