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믿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중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입니다.
2002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일본에서 308억엔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고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며 2015년에 재개봉도 했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줄거리
이사를 위해 새 집으로 이동하던 치히로 가족은 낯선 길에서 오래된 터널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으로 들어섭니다. 터널을 지나자, 그곳에는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마을이 있었으나 인적이 없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산해진미만 가득합니다. 이상함을 느끼는 치히로와는 달리 그의 부모님은 허기짐을 참지 못하고 멋대로 앉아 음식들을 마구 먹어댑니다.
주변을 돌아보던 치히로는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님의 모습에 당황하게 되고,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됩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부모님과 함께 원래의 인간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온천장에서 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온천장 주인인 마녀 유바바를 찾아간 치히로는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라는 이름으로 근로계약을 맺게 됩니다.
이에 하쿠가 치히로를 불러내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만나게 해주고 치히로의 이름을 되찾아주며 절대 잊지 말라는 당부를 남깁니다.
센이 된 치히로는 거대 오물신의 목욕 시중을 들다가 그의 몸 안에 쌓여있던 온갖 쓰레기더미를 제거하게 됩니다. 오물신은 본래 모습인 강의 신으로 돌아가게 되자 만족하며 치히로에게 감사의 표시로 영험한 경단을 건네주고 여관을 떠납니다.
한편 하쿠는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제니바의 도장을 훔쳐오라는 지시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발견한 치히로가 궁여지책으로 강의 신에게 받은 경단의 반을 하쿠에게 먹이자 오물덩이에 덮인 제니바의 도장을 토해냅니다. 벌레로 변한 오물덩이를 밟아 없애버린 치히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하쿠를 살리기 위해 제니바에게 도장을 돌려주고 용서를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제니바에게 찾아가기 전, 치히로는 온천장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가 거대해진 가오나시에게 강의 신이 준 남은 경단을 먹여 원래 상태로 되돌립니다. 이전에 치히로가 열어준 문으로 여관에 침입한 가오나시는 종업원들이 좋아하는 사금을 가짜로 만들어 뿌리며 난장판을 벌이다가, 사금으로 치히로의 환심을 사는데 실패하고 폭주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홀쭉해진 가오나시는 치히로를 따라왔지만 그냥 놔둡니다.
기차를 타고 늪바닥 역에 내려 제니바에 집에 도달한 치히로, 제니바는 상냥하게 맞이해 줍니다. 그가 벌레를 죽인 것을 사과하자 제니바는 웃으며 그건 유바바가 하쿠를 조종하기 위해 심어둔 것이라고 알려주고, 하쿠는 이미 용서했다며 치히로에게 용기와 덕담을 들려주고는 보라색 머리끈을 선물합니다.
회복된 하쿠가 용의 모습으로 치히로를 데리러 오자, 등에 올라 온천장으로 돌아가던 도중 치히로는 어릴 적 강의 신이었던 하쿠와 만났던 기억과 그의 본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고 하쿠는 유바바의 저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됩니다.
온천장에 도착한 치히로는 유바바의 시험에 듭니다. 모여있는 돼지들 중 부모를 찾으라는 말에 찾아보았으나 없었기에 이를 지적하자, 유바바는 인정하고 치히로를 보내줍니다. 종업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떠나는 치히로에게 하쿠가 절대 돌아보지 말고 뛰라는 조언을 합니다. 치히로는 터널을 향해 달려가고 드디어 부모님과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온 치히로 가족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덮인 자동차를 보고 순간 당황합니다. 그리고 치히로는 차에 타기 전 무언가를 두고 온 기분에 터널을 지그시 바라보지만, 엄마의 부름에 이내 떠나갑니다.
유바바의 온천장의 의미
유바바의 온천장은 자본주의 시장의 노동현장과 유사합니다. 유바바는 일을 하지 않는 존재를 동물로 만들어버리며, 온천장의 직원들은 자신의 맡은 자리에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특이점은 이름을 빼앗아버리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쉽게 직원들을 지배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매춘과 관련되었다는 해석과 루머도 있지만,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제작사 측에서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던 점을 고려하여 판단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사회의 각종 문제들을 동화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희망을 품게 만드는 점이 있기 때문인지 모든 연령층을 망라하고 빠져들게 되는 매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요소가 이 영화의 재미겠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가오나시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점입니다. 본의는 아니지만 치히로를 곤란에 빠뜨리기도 했던 존재이기도 했죠, 물론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일본 회사원을 비유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얼굴이 없다는 뜻의 가오나시는 타인의 친절에 목말라하는 외로운 존재이면서도 오롯이 욕망만을 추구하며 쫓아다니는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산물이라, 더욱 친숙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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