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랑앓이를 했던 기억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지요. 세월이 흘러 그때의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하면서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이러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끔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감정선과 사랑에 빠진 것을 표현하는 다양한 요소요소가 영상미로 어우러져 풋풋하고 순수함을 기억나게 합니다.
이러한 점은 일명 막장으로 쉽게 치닫는 현대의 자극적인 사랑과는 달리 사랑에 서툴렀던 지난 시절의 추억과 설레임을 자극하여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줄거리
롱본의 다섯 딸을 둔 베넷가는 부유 하지는 않지만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으로 줄거리가 시작합니다. 당시 시대에서는 여성에게 재산이 상속되지 않아 혼기가 차면 조건이 좋은 신랑감에게 시집을 보는 것이 최선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이 곳에 어느 날, 외모가 뛰어나고 명망 있는 귀족 가문인 빙리가 방문하게 되는데 무도회에서 첫째 딸인 제인과 만나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이에 베넷 부인은 결혼 적령기인 제인과 빙리가 결혼할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워낙 내성적이라 관계의 발전이 도통 이루어지지 않았고 함께 동행한 빙리의 친구 다아시는 베넷 부인과 세 동생들의 품위 없는 행동 때문에 둘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됩니다.
다만 문제는 빙리와 제인이 만났던 무도회에서 다아시 역시 베넷 가의 둘째 딸인 영리한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느낀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오만한 행동과 편견 때문에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였고 결국 빙리를 데리고 런던으로 떠나버립니다. 뒤늦게 엘리자베스는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한 이가 다아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제인의 절망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분노하게 됩니다.
그 후 엘리자베스는 결혼한 친구인 샬롯의 집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다아시와 재회하게 됩니다. 다아시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감내할만큼 엘리자베스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절절하게 고백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오만한 그의 태도와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방해한 것에 화내며 이를 단호히 거절합니다.
시간이 흘러 엘리자베스는 첫인상이 좋았던 위컴이라는 장교가 사실은 바람둥이고 철없는 동생 리디아를 꼬드겨 도망가버린 사건을 겪게 되며, 그 과정에서 다아시의 도움을 받고 그의 사려 깊음과 다정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떠났던 빙리가 롱본으로 돌아와 제인과 재회하여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에도 다아시가 일조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에 엘리자베스는 자신 역시 편견과 오만에 사로잡혀 다아시의 본질을 보지 못하였으며 그를 사랑함을 깨닫습니다.
이를 몰랐던 다아시는 그와 엘리자베스의 결혼 소문을 듣고 롱본을 찾아가 협박한 캐서린 고모에 의해, 자신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참지 못한 다아시는 동틀 무렵 엘리자베스를 찾아가고 서로의 깊은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오만과 편견을 깨부수는 그 것, 사랑
고전 중에 고전이자 명작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2006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본질적인 인간의 욕망과 사랑을 아름다운 영상미와 사운드와 함께 일상처럼 풀어내립니다.
부와 계급이라는 제한된 틀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만과 편견을 남녀의 사랑을 통해 풀려가는 실타래처럼 해소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오만에 대한 상대적인 시선 역시 조명합니다.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의 권위와 자존감이 오만의 극치로 보였듯이, 당시 시대상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지나치게 영리한 엘리자베스의 모습과 행동 또한 누군가에게는 오만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사랑을 통해 이를 극복합니다. 사랑은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고 전부를 주고 싶은 이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의 전부를 가지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 진정으로 열망하고 그로 인해 한없이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될 때 사람은 변화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시선처리 및 연출을 통해 그런 미묘한 긴장감과 감정의 변화를 잘 표현했다고 사료됩니다. 그렇기에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오래도록 여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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